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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_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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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의 투구 위에서는 작은 꽃들이 피어나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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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개골산
날짜 : 10-02-20 15:11
조회 :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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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강철로 만든 것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대립을 이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칼과 바늘일 것이다.
칼은 남성들의 것이고 바늘은 여성들의 것이다.
칼은 자르고 토막내는 것이고 바늘은 꿰매어 결합시키는 것이다.
칼은 생명을 죽이기 위해 있고 바늘은 생명을 감싸기 위해 있다.
골무는 가볍고 작은 투구이다.
그것은 실오라기와 쓰다 남은 천조각과 그리고
짝이 맞지 않은 단추들처럼 일상의 생활을 누빈다.
골무 속에 묻힌 손가락 끝 손톱이 가리키는 그 작고 섬세한 세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여자의 마음속에 입힌 무장이다.
남성의 오만한 명예욕도, 권력의 야망도 없는 조용한 세계,
골무가 지배하는 것은 넓은 영토의 왕국이 아니라
반짇고리와 같은 작은 상자 안의 평화이다.
반달 같은 골무를 보면 무수한 밤들이 다가선다.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민첩하게 손을 놀리던 우리 어머니,
그리고 우리 누님들의 손가락 끝 바늘에서 수놓아지는 꽃잎파리들,
그것은 골무가 만들어 낸 마법의 햇살이다.
모든 것을 해지게 하고 넝마처럼 못쓰게 만들어 버리는 시간과 싸우기 위해서,
그리움의 시간, 슬픔의 시간, 그리고 기다림의 온갖 시간을 이기기 위해서
손가락에 쓴 여인의 투구 위에서는 작은 꽃들이 피어나기도 하고
색실의 무늬들이 아롱지기도 한다.
골무 중에서 - 이어령
풍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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