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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나무들 - 도종환 먼 데서 새가 웁니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은 아침부터 가사(袈裟)빛으로 가득 덮였는데 그게 걱정스러운 듯 새가 웁니다. 나 여기 있다고, 너 어디 있느냐고 새가 웁니다. 구름이 가득해도 나는 네가 보고 싶다고, 비가 와도 나는 네게 가고 싶다고, 너 어디 있느냐고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새가 웁니다. 한 이레 산방을 비우고 나갔다 왔더니 마을 안쪽 산이 휑합니다. 지난해도 도시 사람들이 와서 양지말 산의 소나무들을 비싼 값에 모조리 캐갔는데, 올해도 또 소나무들이 도시로 팔려나간 듯싶습니다. 소나무들은 캐다 팔고 참나무는 베어내고 그 자리에는 돈이 되는 나무들을 새로 심곤 합니다. 잘난 나무들은 다 어디론가 불려나가고 돈이 되는 나무들이 새로 들어와 차곡차곡 자리를 차지하는 걸 보면서 이 산에 오래 뿌리내리고 살아온 나무들은 참 불안할 것 같습니다. 이 깊은 산골의 숲과 나무조차 돈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곳곳으로 도로가 나고 굴이 뚫리고 그때마다 산은 한쪽 어깨를 베어낸 듯 붉은 살이 드러나곤 합니다. 거기를 다시 콘크리트 구조물로 깁스를 하고 나면 산은 부상당한 병사처럼 말없이 누워 있습니다. 그러다 견딜 수 없어 몸을 한번 비틀며 끙 하고 돌아눕는 사이 도로는 낙석으로 길이 막히곤 합니다. 올봄 초 피반령고개는 산사태로 한동안 통행이 막혔습니다. 그래도 여기저기 팔려나가지 않는 나무들이 있어 그나마 산이 산으로 있고, 숲이 숲의 모양을 지니고 삽니다. 그 나무들은 대개 못난 나무들입니다. 특별한 나무도 아니고 돈이 될 성싶지도 않은 나무들이 산을 지킵니다.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왔고 어딘가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 같지만 그런 못생긴 나무들이 앞으로도 산을 지키고 살 겁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작은 모임도 특별히 잘난 데 없고 평범해 보이는 이들이 그 모임을 지킵니다. 그런 이들이 단체를 더 잘 이끌고 책임감도 강합니다. 세상도 산천도 다 그런 이들이 있어 유지됩니다. 못난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있어서 그 안에 고라니, 산토끼, 다람쥐, 온갖 짐승들이 깃들어 살고 새들도 제 이름을 부르며 웁니다. 먼 데서 새가 웁니다. 그 울음 아니었으면 이 산이 잿빛 적막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도종환 시인의 산방일기